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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수좌회 담선법회 입재법문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4-03-29 조회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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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8 수좌회 담선 입재법어

금일 담선법회에 참석하신 대중께서는 아시겠습니까? 
대중과 제가 마주 보는 이 목전에서 바로 척 계합을 해서 알면, 일생 참선을 다 해 마쳤다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이 목전사냐?

철우(鐵牛)가 횡도해(橫渡海)하고, 석각(石角)이 야천산(夜穿山)이라.
쇠소가 큰 바다를 가로질러 건너가고, 돌로 된 뿔이 밤에 천산을 뚫었음이로다

항상 말씀을 드리지만 출가한 우리 스님이 일초 일각이라도 시간을 달리 허비하지 않고 오직 지독하게 화두를 참구하면 안 될 일이 없습니다.

이 참선 화두를 여러분은 선방 좌복에 앉아서만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직 전체 일상생활 그대로가 화두기 때문에 거기에는 조금도 다른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 고조사(古祖師) 스님이 일대사를 요달하듯이 오늘 이 자리에 계시는 대중도 본인이 참구하는 본참 공안이 바로 타파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선요(禪要)를 다 보아서 알겠지만, 제가 여러 군데 물어봤지만 잘 모르는 대목입니다. 
고봉스님이 개당법회하는 날 학인이 나가서 물었습니다.
"오늘 시방세계 대중들이 모여들어 선불장이 열렸으니 결국 어떠한 상서로움이 있겠습니까?"
"산하대지와 삼라만상과 유정무정이 남김없이 모두 성불하였느니라."
"이미 모두 성불을 하였다면, 저는 어째서 성불하지 못했습니까?"
"네가 성불했다면 내가 어찌 산하대지가 성불했다고 말을 하겠느냐?"
"그러면 저의 허물이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상지는 땅이 남쪽에 있고 담지 땅은 북쪽이라.(湘之南潭之北)."
담지가 원래 남쪽이고 상지는 북쪽인데, 거꾸로 말한 겁니다. 
내가 제방에 다니면서 "고봉스님이 어째서 상지남이요 담지북이라고 했는가?"라고 물어보면 거기에 대해서 뚝 떨어지게 대답을 하는 분이 없더라고요.
그동안에 선요 강의도 제법 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이런 대목에는 그냥 구렁이 담넘어 가듯 슬쩍 넘어갔지, 딱 떨어지게 뭐라고 한 마디 해 놓은 게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동안에 선요 강의한 책을 한번 보면 아시겠지만 없습니다.
"상지남이요 담지북이라"는 그것이 허물이 있다는 소리인지 없다는 소리인지 확연히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걸 판별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판별하려면 첫째 여러분이 참구하고 있는 본참공안의 화두가 뚝 떨어지게 타파가 돼야 됩니다. 그것이 해결이 안 되면 그 문제도 바로 볼 수가 없습니다. 살쾡이를 늑대라고 하고, 여우를 남의 집 개라고 말을 한다 이겁니다.
또 어떤 분은 "발 밑에 털이 석자나 길었다." 이렇게 했습니다. 
이러한 공부의 안목이 열려서 어느 곳에 가도 많은 사람들을 척척 인도할 수 있는 그런 실력자가 돼야 됩니다.

옛날에 고조사 스님들은 법보기에도 나오지만 나라의 국왕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람을 다 제도하고 굴복시켰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불교가 이렇게 계속 승승장구해서 전해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스님들의 책임이 큽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여러분이 목전에서 보고 있지만, '굴러 들어온 돌이 박혀있는 돌을 빼낸다'는 말이 있듯이, 이 땅에는 불교가 전래된 지가 벌써 오래됐고, 세계적으로도 불교의 진리가 최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인 현실에서 우리가 포교를 못해가지고 불교가 왜소하게 돼 있고 뒤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오늘날 현실에 있는 우리 스님들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스님들이 하루 빨리 철저한 정진을 해가지고 눈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눈을 열지 못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알다시피 10년 20년 30년을 토굴에서 공부를 했다고 합시다. 30년 토굴에서 공부한 사람이 시민회관이나 이런 데 대중을 모아놓고 나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불심이 일어나도록 한 말씀 해 주십시오." 하면 못 합니다. 또, 예전에 30년 토굴생활한 분에게 사정사정을 하며 대중처소에 살아달라고 하도 그러니까 대중처소에 내려왔습니다. 대중처소 내려와서 3일 만에 대중하고 싸움하고 걸망지고 달아납니다. 이게 30년 공부인 겁니다. 
이 공부라는 것이 선방에서 우리가 공부를 하게 되면 우리가 현실에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모든 생각이, 작은 생각이 바뀌어가지고 넉넉하고 무한대하는 마음으로 발돋움하려고 공부하는 건데, 5년 10년 공부해도 마음 쓰는 게 그 장단이라요. 그러니 발전이 안 되는 겁니다. 
이런 것이 왜 그러냐 하면 선방에서 공부하는 것이 예전에는 각방이 하나도 없었어요. 선방에서 그냥 공부하고 힘들면 좌복 하나 배에다 걸치고 누웠다가 일어나고, 이렇게 정진을 열심히 해왔어요. 근데 지금은 독방 생활을 하면서 시간도 적당히 하고 이러다 보니까 공부의 진전이 크게 잘 안 나타납니다. 그래서 선방에 우리가 공부하는 체질개선이 나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철저한 수행을 하는 데는 공부를 하는 도중에 잘 됐는지 못 됐는지를 점검해 주는 선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역대 역사를 여러분이 보면 알지만, 선지식 밑에서 매맞아가면서 지낸 사람이 다 선지식이 됐어요. 
운문스님 시자도 운문스님에게 삼 년을 두드려 맞고 깨달았지 않았습니까? 
역대 조사스님들을 보면 그 선지식 밑을 떠나지 않고 매맞아가며 아주 호된 교육을 받습니다. 그렇게 한 그 사람들이 다 선지식이에요. 그래서, 오늘날 제방 각지에서 그냥 한 철씩 선지식 없이 적당히 공부 지어가는 데가 많은데, 저는 그게 잘못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 공부는 선지식 밑에서 호되게 단련을 받아야 되고, 철저하게 점검을 받아야 되고, 그렇게 공부를 지어가야만 거기에 큰 성과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열심히 잘하고 계시겠지만, 앞으로 3일간 법문할 '역대법보기'에도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거기에서도 여러분이 들으시고 공부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열심히 정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에 3년을 담선법회를 못 했는데, 대표 스님 두 분과 의장 스님께서 이렇게 이번에 담선법회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열심히 노력하신 끝에 오늘 담선법회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3일간 제 자신도 모자라는 게 많지만, 열심히 3일간 같이 함께 정진하는 마음으로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한번 해봅시다.

목전사(目前事)를 놓치지 마라. 
이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일초라도 목전사를 놓치면 죽은 송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3일간 담선법회하면서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절대 목전사를 놓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길 바랍니다.

(2023.02.08 수좌회 담선법회 대원스님 입재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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